위탁판매를 1년 더 할지 고민하면서 계산해본 현실

위탁판매를 처음 시작할 때는 재고가 없다는 말이 제일 크게 보였다. 상품을 미리 사입하지 않아도 되고, 창고가 없어도 되고, 팔리면 그때 주문을 넣으면 된다는 구조가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어 보였다.

실제로 초반에는 그 장점이 컸다. 돈을 많이 묶어두지 않아도 상품을 올릴 수 있었고, 여러 상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어떤 상품이 팔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재고를 쌓아두는 것보다, 일단 올려보고 반응을 보는 방식이 나한테는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상하게 지치는 부분이 생겼다. 재고를 안 들고 있으니 편할 줄 알았는데, 반대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게 많았다. 원가가 갑자기 바뀌고, 품절이 생기고, 공급처 상세페이지가 수정되고, 배송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씩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품절되면 판매중지하면 되고, 원가가 오르면 가격을 수정하면 되고, 배송이 늦어지면 고객에게 안내하면 된다고 봤다. 말로는 쉽다. 그런데 상품 수가 늘어나면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1년 더 하는 게 맞나.

상품은 많은데 내가 가진 상품은 없었다

위탁판매를 하면서 가장 이상하게 느꼈던 부분은 이거였다. 등록한 상품은 많은데, 막상 내 상품이라고 부를 만한 건 별로 없었다. 판매자센터에는 상품 수가 쌓여 있고, 주문도 조금씩 들어온다. 그런데 그 상품을 내가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내가 가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급처가 가격을 올리면 나도 흔들렸다. 공급처가 품절을 내면 나도 판매를 멈춰야 했다. 같은 상품을 다른 판매자도 팔고 있으면 가격 경쟁을 피하기 어려웠다. 내가 뭔가를 쌓고 있다는 느낌보다, 남이 가진 상품 위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위탁판매의 구조라고 받아들였다. 어차피 재고 부담 없이 시작하는 대신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구조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내가 팔 수 있는 상품은 많아졌지만, 내 사업이 단단해지는 느낌은 생각보다 약했다.

상품 하나가 잘 팔리기 시작해도 마음을 놓기 어려웠다. 내일 원가가 그대로일지, 공급처 재고가 있을지, 경쟁자가 가격을 낮추지 않을지 계속 봐야 했다. 잘 팔리는 상품이 생겼는데도 편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팔리면 좋아야 하는데, 잘 팔릴수록 더 자주 확인하게 됐다.

품절 알림보다 무서운 건 조용한 원가 상승이었다

품절은 차라리 티가 난다. 주문이 들어왔는데 공급처에 재고가 없으면 바로 알게 된다. 그 순간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문제는 분명하다. 판매를 중지하거나, 고객에게 안내하거나, 대체 상품을 찾거나. 선택지가 깔끔하진 않아도 상황은 보인다.

그런데 원가 상승은 조용하다. 어제까지 괜찮았던 상품이 오늘 다시 보니 몇백 원 올라 있다. 처음에는 몇백 원쯤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온라인 판매에서 몇백 원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마진이 얇은 상품은 300원, 500원만 움직여도 남는 돈이 확 줄어든다.

문제는 내가 그걸 바로 알아차리지 못할 때였다. 판매가는 그대로인데 원가만 올라간 상태로 며칠이 지나면, 주문은 들어오는데 실제 수익률은 낮아져 있다. 판매자센터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주문도 들어오고 매출도 찍힌다. 그런데 나중에 계산해보면 찝찝하다.

이 상품 왜 이렇게 안 남지.

그때 공급처 가격을 다시 열어보면 이미 올라 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위탁판매가 편하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재고를 안 들고 있을 뿐이지, 확인해야 할 것은 계속 생긴다.

100개를 올려도 100개를 관리하는 건 아니라고 착각했다

초반에는 상품을 많이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위탁판매는 상품 수를 늘려야 확률이 올라간다고 봤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상품이 너무 적으면 테스트할 수 있는 폭도 좁다.

그래서 한때는 상품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하루에 몇 개씩 올리고, 일주일에 몇십 개씩 쌓아가는 방식이었다. 판매자센터에 상품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상품을 올리는 것과 관리하는 건 다른 일이었다.

등록은 한 번이다. 관리는 계속이다.

이 문장을 조금 늦게 알았다. 상품을 올릴 때는 사진, 제목, 가격, 배송비만 맞추면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등록 후에는 원가를 봐야 하고, 판매 상태를 봐야 하고, 품절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경쟁자 가격도 바뀐다. 플랫폼 정책도 가끔 신경 써야 한다.

100개를 올리면 100개의 가능성이 생기는 동시에 100개의 관리 대상이 생긴다. 처음에는 앞부분만 봤다. 가능성. 나중에는 뒷부분이 더 크게 보였다. 관리.

이게 쌓이면 은근히 무겁다. 상품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데, 숫자가 늘어나면 화면을 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어떤 상품은 마지막으로 확인한 지 꽤 오래됐는데 계속 판매중으로 남아 있다. 가격이 맞는지도 모르고, 공급처에 재고가 있는지도 애매하다. 그런 상품이 쌓이면 판매자센터가 조금 지저분해 보인다.

삭제를 못 해서 더 피곤한 상품도 있었다

안 팔리는 상품은 삭제하면 된다. 말은 간단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잘 안 지운다. 혹시 나중에 팔릴까 봐. 내가 상품명을 잘못 써서 그런 건 아닐까 봐. 가격을 조금 낮추면 팔릴까 봐.

그런 생각 때문에 애매한 상품들이 계속 남아 있었다. 팔리지도 않는데 신경은 쓰이는 상품들. 원가가 바뀌었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고, 품절인지도 봐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매출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닌 상품들.

위탁판매를 하면서 의외로 어려웠던 건 상품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 올린 상품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늘리는 게 실력인 줄 알았다. 나중에는 줄이는 것도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상품은 과감히 덜어내야 했다. 문의가 많고, 옵션이 복잡하고, 원가 변동이 잦고, 가격 경쟁이 심한 상품. 이런 상품은 팔려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남는 돈보다 신경 쓰는 시간이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위탁판매를 계속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했다

위탁판매를 1년 더 할지 고민하면서 제일 먼저 본 건 매출이 아니었다. 솔직히 매출만 보면 계속해야 할 이유는 있었다. 주문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상품을 늘리면 어느 정도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매출만으로는 판단이 안 됐다. 이 일이 내 시간을 얼마나 가져가는지, 남는 돈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계속 같은 방식으로 늘릴 수 있는지 봐야 했다.

그때부터 상품을 세 가지로 나눠서 보기 시작했다.

첫째, 계속 가져갈 상품. 원가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반품이나 문의가 많지 않고, 마진이 어느 정도 남는 상품이다. 이런 상품은 판매량이 폭발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조용히 팔리고 조용히 남으면 된다.

둘째, 테스트할 상품.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검색 수요가 있거나, 가격 경쟁이 덜하거나, 다른 플랫폼에서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상품이다. 이런 상품은 너무 많이 가져가지 않고 일정 기간만 본다. 계속 반응이 없으면 정리해야 한다.

셋째, 버릴 상품. 이게 제일 어렵다. 예전에는 버릴 상품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려고 한다. 팔려도 남는 게 없거나, 공급처가 불안정하거나, 고객 문의가 많은 상품은 굳이 오래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이 기준을 정하고 나니 상품 수를 늘리는 것보다 상품 상태를 보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 물론 아직도 완벽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예전처럼 무작정 올리는 방식으로만 가면 언젠가 막힐 것 같았다.

1년 더 한다면 방식은 바꿔야 했다

위탁판매를 그만둘 생각만 한 건 아니다. 아직 장점은 있다. 재고 부담이 적고, 상품 테스트가 쉽고, 초보가 온라인 판매 감을 익히기에는 분명 좋은 방식이다. 나도 위탁판매 덕분에 상품 등록, 키워드, 마진 계산, 플랫폼별 반응을 많이 배웠다.

다만 처음 하던 방식 그대로 1년을 더 하기는 어렵겠다고 느꼈다. 상품 수만 늘리는 방식. 공급처 가격을 대충 보고 등록하는 방식. 팔리면 그때 다시 확인하는 방식. 이 방식은 초반에는 가능해도 오래 갈수록 피곤해진다.

1년 더 한다면 기준을 더 좁혀야 했다. 모든 상품을 다 보려 하지 말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카테고리와 공급처를 정해야 했다. 원가 변동이 심한 상품은 줄이고, 반품 가능성이 높은 상품도 피해야 했다. 판매량이 조금 적어도 관리가 쉬운 상품이 더 오래 남을 수 있었다.

이건 조금 재미없는 결론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를 해보면 화려한 상품보다 덜 피곤한 상품이 오래 간다.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매번 문제가 생기는 상품은 결국 부담이 된다.

위탁판매 현실은 생각보다 덜 가볍다

위탁판매는 시작하기 쉽다. 이 말은 맞다. 그런데 쉽다는 말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었다. 재고를 안 들고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 뒤에는 계속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원가, 품절, 배송, 경쟁자 가격, 마진, 고객 문의. 이것들이 조용히 따라온다.

처음에는 재고 부담이 없다는 점만 봤다. 나중에는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보였다. 처음에는 상품 수를 늘리는 게 중요해 보였다. 나중에는 정리하지 못한 상품들이 더 크게 보였다.

위탁판매를 1년 더 할지 고민하면서 결국 봤던 건 하나였다. 이 방식이 내 시간을 너무 많이 먹고 있지는 않은가. 남는 돈에 비해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지는 않은가. 그리고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계속 늘릴 수 있는가.

답이 깔끔하게 나오진 않았다. 계속할 이유도 있고, 줄여야 할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 당장 그만두기보다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생각했다. 상품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남길 상품을 고르고, 애매한 상품은 정리하고, 공급처도 조금 더 까다롭게 보는 쪽으로.

지금도 위탁판매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예전처럼 쉽게만 보지는 않는다. 재고가 없다는 말 뒤에 관리가 숨어 있었다. 그걸 늦게 봤다.

그래서 위탁판매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상품을 많이 올리는 것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100개를 올릴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100개를 계속 확인할 수 있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처음엔 등록이 일처럼 보이고, 나중엔 관리가 진짜 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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